영국의 수도, 런던에는 '런던탑'이라고 불리는 성이 하나 있는데요.
런던탑은 런던의 시계탑 만큼이나 유명하진 않지만
약 1066년에 새워진 요새를 기반으로 건축되었다고 전해지는 만큼 굉장히 유서깊은 문화유산입니다!
이 런던탑은 런던의 중심지의 템즈 강 북안에 위치해 있는데요.
정식 명칭은 여왕 폐하의 궁전이자 요새인 런던탑(Her Majesty's Royal Palace and Fortress of the Tower of London).이라고 합니다..(엄~청 기네) 종종 그냥 탑(The Tower)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한편으론 평화로워 보이는 런던탑에 1675년, 나름의 평화를 깨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런던탑의 성곽 돌계단 밑에서 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사람의 유골을 발견한 것이죠!!
이 런던탑에는 대체.. 무슨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1. 영국의 1483년
1483년은 영국에게 있어서 혼란의 시기였는데요.
당시 영국의 국왕이었던 에드워드 4세가 1483년 2월 9일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면서,
영국의 왕좌가 빈자리로 남게 되었기 때문이죠.
왕이 죽으면 왕자가 왕위를 이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요? 혹시 왕자가 없이 에드워드 4세가 죽은 거냐구요?
답은 아닙니다!
에드워드 4세에게는 버젓이 장남인 에드워드 5세와 차남 요크공 리처드가 있었는데요.
문제는 왕위를 이어야 할 장남 에드워드 5세는 당시 12살로 국정을 담당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죠.
이를 걱정한 에드워드 4세는 죽기 전 자신의 동생인 글로스터 공작 리처드(에드워드 5세와 요크공 리처드의 삼촌)에게
'호국경'의 지위를 내리며 자신의 아들을 대신해서 국정을 담당하게 했죠.
*호국경: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왕은 아니지만 국정을 다스리는 섭정을 하는 이를 의미
이를 봤을때 에드워드 4세는 자신의 동생인 클로스터 공작 리처드를 꽤나 신임했던 것 같습니다!
-2. 영국의 왕좌 논란
에드워드 5세를 대신하여 그의 삼촌 리처드가 섭정을 맡던 당시,
영국의 의회는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그리고 그 난리의 중심에는 왕세자인 에드워드 5세가 왕위를 계승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죠.
당시 영국은 철저히 왕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는 사회였는데요.
물론 에드워드 5세는 에드워드 4세의 친아들이 맞습니다! 그리고 에드워드 5세의 어머니가 바로 왕비였던 엘리자베스 우드빌이라는 여성이었죠.
그럼 뭐가 문제였을까요? 의회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 에드워드 4세는 엘리자베스 우드빌과 결혼하기 전에 이미 결혼을 약속했던 여성이 있었다.
- 이러한 이중 결혼은 로마 카톨릭을 국교로 했던 당시 영국에게는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일이었다.
- 즉 에드워드 4세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은 무효다.
- 그러므로 에드워드 4세와 엘리자베스 우드빌 사이에서 태어난 에드워드 5세와 요크공 리처드는 부부에게서 난 자식이 아닌 사생아이다.
- 즉 에드워드 5세는 정당한 왕위 계승자가 아니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렇게 뜬금없이 의회가 왕세자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품는
당시의 상황을 에드워드 5세의 삼촌이었던 호국경 리처드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합니다.
즉 호국경 리처드가 왕위에 욕심을 내서 의회를 매수하여 왕세자 에드워드 5세의 정당성을 탈락시켰다는 것이죠!
-3. 두 왕자의 런던탑 감금
두 왕자 (에드워드 5세와 요크공 리처드)의 왕위 자격이 박탈당한 후,
호국경이었던 리처드는 정식으로 '리처드 3세'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국왕으로 즉위합니다!
그 후 두 왕자는 리처드 3세의 명령에 의해 '런던탑'에 감금되는 신세가 되죠.
당시 감금의 명분은 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 같지만..)
두 왕자가 런던탑에 감금된 이후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후 두 왕자에 대한 기록은 당시 영국에 머물고 있던
이탈리아인 도미니크 마니치가 저술한 <리처드 3세의 왕위 찬탈>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이 책은 런던탑에서 한 의사가 두 왕자를 만난 후의 기록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의사: "내가 만난 에드워드 5세는 마치 자신의 죽음이 임박한 걸 아는 시한부 환자 같았다. 그는 매일 밤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소리쳤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듯 했다."
- <리처드 3세의 왕위 찬탈> 중 -
과연 에드워드 5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알았던 것일까요..?
-4. 두 왕자의 실종과 소문들
런던탑에 감금되어 있던 두 왕자는 1483년 여름 이전에는 간간히 모습을 보였으나,
여름이 지나고 아무도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요..
당시 런던탑에서 실종된 두 왕자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소문들이 퍼졌었죠.
'첫번째 소문, 모종의 누군가에 의해서 두 왕자는 런던탑에서 살해당했다.'
첫번째 소문은 두 왕자가 실종되었을 당시는 물론, 후대의 역사학자들도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소문인데요.
그리고 두 왕자의 죽음을 야기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왕위를 빼앗은 리처드 3세로 지목됩니다.
리처드 3세를 용의자로 지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정황상 그가 왕위를 얻기 위해 경쟁자인 두 왕자를 살해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그의 집사였던 '티렐'이라는 남성이
후에 역모죄로 몰려 처형당하기 직전에 자신이 리처드 3세의 명을 받아 런던탑에서 왕자들을 살해했다는 자백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증거는 그저 추측일 뿐이며, 티렐의 자백은 고문에 의한 것이었고,
두 왕자의 시체를 어디에 유괴했는지 진술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성에 의심이 가죠!
또한 소문에 따르면 두 왕자가 실종된 당시 리처드 3세는 큰 현상금을 걸고 두 왕자의 행방을 찾으려고 했다고도 합니다.
'두번째 소문, 두 왕자가 암살 위협을 피해 런던탑을 탈출하여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갔다.'
두번째 소문은 그렇게 신빙성이 있지는 않지만, 몇몇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던 소문입니다.
실제로 두 왕자가 실종된 후 몇 년 후에 자신이 에드워드 5세와 같이 실종됐던
요크공 리처드라고 주장하며 왕위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죠.
물론 이는 증거를 댈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묵살되게 됩니다.
-4. 이후의 의문들
이후 약 200년 간 런던탑의 두 왕자 사건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추측만 난무해가며 전설 같이 전해졌는데요.
그렇게 잊혀져 가던 1675년, 두 왕자가 실종된 런던탑에서 어린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두 구가 공사 중이던 인부들에 의해 발견되게 됩니다!
물론 이 유골들이 두 왕자의 것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유골과 함께 벨벳으로 만든 옷감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유골의 주인은 상당히 신분이 높은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측되었죠.
당시 영국의 국왕이었던 찰스 2세는
이 신원모를 유골을 영국 왕실의 웨스트 민스터 사원의 성모 예배당에 안치시켰습니다.
후에 또 약 200년이 지난 1990년대에 두 왕자의 부친인 에드워드 4세의 무덤 주변
예배당 바닥의 낡은 보일러를 교체하는 공사를 하던 중, 신원 모를 유골의 지하 석실로 이어지는 무덤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장비를 사용하면
유골의 신원을 밝힐만한 증거가 나올 수 있기에 시도해 보는게 어떻냐는 여론이 돌기도 했지만
영국 왕실은 왕가의 무덤을 파헤치느니 런던탑의 두 왕자 사건을 '중세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정도로 남기기를 희망하였죠..
런던탑의 두 왕자 사건은 아직도 확실한 증거의 부족으로 미스터리로 남겨있는데요.
미스터리를 속 시원히 풀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지만
이렇게 역사 속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미스터리들은 역사를 좀 더 풍부하고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런던탑의 역사였습니다!
출처:
commons.wikimedia.org/ko.wikipedia.org/wiki/%EB%9F%B0%EB%8D%98%ED%83%91%EC%9D%98_%EB%91%90_%EC%99%95%EC%9E%90w/index.php?curid=624719Scale_Model_Of_T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841876he_Tower_Of_London_In_The_Tower_Of_Londo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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